는 설치극장 '정미소'의 개관 작품으로 (1997) 그녀에게 새로운 연출 방향과 공연 문법을 모색하게
함과 동시에 지난날을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이제는 그 자리를 내려놓은 지 수 해가 지났지만 그녀는 월간 과 설치극 '정미소'을 16년간 운영했던 발행인이자 극장장 출신이다.
상품성 제로의 공연 전문지와 연극표를 팔러 다니며 예술에 대한 포부 경영 노하우을 함께 키웠지만 자신의 열정이 시장의 논리에 못 미친다는 것을 받아들이며 애인과 같았던 두 존재와 차례차례 작별을 하게 됐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이 상실이라고 여기지는 않는다. 문화의 부흥과 예술의 실험에 대한 자신의 최선이 부족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반성하지만 영원 할 수 없는 지위와 관계를 스스로 정리하는 일은 삶을 가볍게 하는 출구가 됐기 때문이다.
발행인이다 극장장이다 하는 지위와 기득권을 내려놓고 단출하게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대신 오랜 시간을 살아오며 쌓아온 경험과 지혜
가 있지 않나. 배우와 스테프에게는 '라떼는 말이야'로 들릴 수 있겠지만 이번 연출 작업을 통해 내가 갖고 있는 연극에 대한 지식과 내공을
그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나는 비련의 주인공을 좋아하진 않지만 내게 주어진 시련을 받아들이고 헤쳐 가는 일은 아주 의미있는 일이라 여겨진다.